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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 - 야생소녀의 삶 속 미스터리 한 스푼

by 우가스토리 2022. 9. 22.

가재가-노래하는-곳-책표지
Where the crawdads sing

뉴욕타임즈 40주 연속 베스트셀러, 아마존 23주 연속 종합 1위의 델리아 오언스 저 '가재가 노래하는 곳'. 1960년대 미국 남부 습지대를 배경으로 홀로 남겨져 자연에 기대 살아가야 했던 '카야'라는 소녀의 성장과 로맨스, 미스터리와 스릴러가 한 권에 어우러져 있는 소설입니다. 저자인 델리아 오언스의 직업은 생태학자로 이 책이 첫 출간작이라고 합니다. 직업인으로서 관찰했던 아름다운 자연을 작품에 녹여내고 그 속에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아 쓴 멋진 한 권입니다.

 

줄거리

소설은 마을의 유명한 쿼터백인 체이스 앤드루스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습지에서 시체로 발견된 체이스의 죽음을 조사하던 보안관은 마을 주민들의 증언과 의심스러운 정황으로 '마시 걸(Marsh girl, 습지 소녀)' 카야를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카야가 범인이라는 정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마을 사람들의 오랜 편견에 시달려온 카야는 살인죄로 법정에 기소됩니다.

 

1970년의 체이스 살인사건에 얽힌 이야기가 흘러가는 동시에, 카야의 어린시절부터의 과거 이야기가 작품 속에서 교차로 진행됩니다. 아름답게 묘사되는 남부 습지에서의 외톨이 소녀의 삶이 1950년대부터 흘러 1970년에 맞닿는 순간, 살인사건의 향방이 어떻게 될 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홀로 남겨지다

카야가 태어난 습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흘러들어온 떠돌이, 무법자, 실패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참전용사인 아버지와 상냥한 어머니 그리고 다섯 남매가 터를 잡고 살던 곳이었습니다. 술에 의존하는 아버지를 견디지 못한 어머니가 집을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불행이 시작되는데요. 어머니가 떠나자 아버지의 폭력은 손윗자매, 형제들에게 향했고 결국 형제자매들도 하나씩 집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마지막까지 카야와 함께 남아있었던 손위 오빠 조디만이 카야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떠납니다.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6살의 카야는 숨을 죽이며 아버지와 함께 사는 법을 익혀나갔고, 나름 성공적으로 부녀 사이를 회복하는 듯 싶었습니다. 집을 떠난 엄마의 편지로 촉발된 아버지의 분노가 다시 불붙기 전까지는 말이죠. 결국 아버지도 집을 떠나고 어린 카야는 혼자 습지에 남겨지게 됩니다.

 

습지가 키운 소녀

습지-풍경-사진
아름다운 습지

혼자 남겨진 카야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습지의 홍합을 캐어 근처 상점에 팔아 연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점핑'이 운영하는 주유소 겸 상점에 습지의 산물들을 팔아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혼자 남겨진 외로움은 새와 곤충, 조개 등 습지의 생물들과 어울리고 관찰하는 것으로 버텨나갑니다.

 

작가는 카야의 성장담 속에서 습지의 경이로움을 한껏 표현합니다. 습지의 동식물과 풍광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데, 습지를 가보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번역의 한계인지... 찬사가 이어질 만큼의 산문적인 아름다움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마 제 감수성이 뛰어나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요.^^;

 

그러나 습지로부터 카야가 배운 생물의 본능을 인간에게 적용시켜 성찰하는 이야기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작가가 생태학자로서 느꼈던 부분들을 작품 속에 잘 어우러지게 했달까요. 가족에게도 버려진 카야를 품어준 습지가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스승이 되어주는 모습이 안타깝게, 때론 아름답게 표현됩니다.

 

사람에 대한 갈망

그러나 아무리 갈매기떼가 그녀를 찾아와도, 습지의 부드러운 진흙이 그녀를 감싸도 사람으로서 가시지 않는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그녀의 인생에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합니다.

 

첫 번째는 '테이트', 새우잡이 어부의 아들로 마을에서 '마시 걸'로 천대받는 카야에게도 신사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며 그녀에게 글을 가르쳐 주고 책과 시를 알려주었습니다. 테이트의 도움으로 카야는 글을 읽게 되었고, 그녀의 재능이  습지에 대한 애정과 맞물려 마침내 결실을 이룰 수 있게 되는 데 큰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카야가 처음으로 사랑을 느끼며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게 해주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체이스', 테이트가 대학으로 떠난 뒤 카야에게 접근해 사귀게 됩니다. 함께 있을 때 테이트만큼 서로 잘 맞지는 않았지만 외로웠던 카야는 체이스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풉니다.

체이스 살인사건과 카야의 로맨스가 교차 진행되면서 보안관의 주장처럼 범인이 정말 카야인지 궁금해서 계속 다음 장을 넘기게 되더군요.

 

결말

결국 법정에서 카야는 살인죄를 선고 받았을까요? 어린 시절의 첫사랑 테이트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카야의 남은 삶은 어떻게 될까요? 소설의 결말은 왠지 그럴 것 같았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자세한 것은 책을 직접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외로운 소녀의 일생을 조망하며 카야의 기쁨, 슬픔, 불행, 희망, 사랑과 함께 미스터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한 권의 선물 같은 책이었던 '가재가 노래하는 곳', 주변에 꼭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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